아이를 키우기 전에는 집의 공간을 사용하는 기준이 단순했다. 내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으면 됐고, 물건도 내가 사용하기 좋은 곳에 두면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집은 더 이상 어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게 됐다. 아이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 놀이할 공간이 충분한지, 엄마가 아이를 돌보면서 집안일을 함께 할 수 있는지까지 생각하게 됐다. 특히 아이가 성장하면서 필요한 공간도 계속 달라졌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별도의 놀이공간을 만들어주면 그곳에서 잘 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생활은 예상과 달랐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넓은 공간이 아니라 아이와 엄마가 실제로 생활하는 동선에 맞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우리 집도 아이의 성장과 생활패턴에 맞춰 조금씩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아이와 생활하는 우리 집 공간 구성
우리 집은 아직 아이와 분리수면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안방에는 패밀리침대를 두고 아이와 함께 자고 있다. 또 다른 방은 아이의 놀이공간으로 꾸몄고, 남은 방 하나는 아빠의 서재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에게 놀이방이 따로 있으면 대부분의 놀이가 그 공간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의 책과 놀잇감도 놀이방에 정리해 두고 아이가 필요할 때 직접 가져와서 놀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와 생활해 보니 예상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아이는 혼자 아이방에 들어가서 놀기보다 엄마와 함께 들어가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내가 집안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되면 문제가 생겼다.
나는 하루에도 여러 번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거나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 아이가 놀이방에서 혼자 놀기보다 엄마가 있는 공간으로 오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에게 놀이방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는 우리 가족의 생활에 맞는 공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와 생활공간, 거실에도 놀이공간을 만들었다
나는 집안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아이를 놀이방에 보내고 계속 혼자 놀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엄마가 생활하는 공간에서도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실에도 아이가 사용할 수 있는 수납장을 마련했다.
아이방에 있는 책과 놀잇감을 모두 거실로 옮긴 것은 아니다.
아이방과 거실에 있는 책과 놀잇감을 일정한 주기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가 가지고 놀던 물건을 그대로 두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놀잇감과 책이 계속 눈에 보이면 아이도 쉽게 흥미를 잃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의 관심과 놀이상황을 보면서 일부 책과 놀잇감을 다른 공간에 보관했다가 다시 꺼내주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새로운 장난감을 계속 구매하지 않아도 아이가 기존의 물건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주방에서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이가 거실에서 놀이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 가족에게는 더 중요했다.
아이를 무조건 놀이방으로 보내는 것보다 엄마와 아이가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집에서는 더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아이와 생활공간, 좋아하는 활동은 가까이에 둔다
우리 아이는 미술 활동을 좋아한다.
그래서 거실에는 아이가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책상을 마련했고, 그 위에는 스케치북과 미술용품을 준비해두고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미술용품을 매번 꺼내주고 다시 정리하는 것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은 아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편이 편리했다.
물론 모든 미술용품을 아이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두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나이와 사용하는 재료의 특성을 고려해서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물건은 따로 관리하고, 혼자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생활공간에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두니 나에게도 장점이 있었다.
나는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면서 아이가 거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에게 계속 놀아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아도 아이는 자신의 활동을 하고 나는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물론 아이가 항상 혼자 놀이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을 그리다가 엄마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같이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시간을 아이와 함께 놀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아이와 엄마가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활동을 하는 시간도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었다.

아이와 생활공간, 아이에게 맞는 공간을 만든다
아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 때는 인터넷에서 본 예쁜 놀이방이나 깔끔한 수납공간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보다 우리 아이가 실제로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방이 따로 있다고 해서 아이가 반드시 그곳에서 혼자 노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처럼 엄마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에는 엄마가 주로 생활하는 거실이나 주방 주변에 아이가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집안일을 하는 엄마와 놀이하는 아이가 반드시 서로 다른 공간에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환경을 엄마의 생활동선 안에 함께 만들어주면 엄마는 집안일을 하면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아이도 엄마가 가까이 있다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아이의 관심사는 계속 변한다.
지금은 미술을 좋아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책이나 만들기, 역할놀이처럼 관심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아이의 공간을 한 번 완성해 놓고 그대로 유지하기보다는 아이의 성장과 관심에 따라 조금씩 바꾸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다.
우리 집 역시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놀이방을 만들어주고 그곳에서 잘 놀기를 기대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엄마가 있는 거실을 더 많이 찾았다.
그래서 거실에도 놀이공간을 만들었고, 아이가 좋아하는 미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책상과 스케치북, 미술용품을 준비했다.
아이방의 책과 놀잇감도 일정하게 고정하지 않고 거실과 아이방 사이에서 조금씩 바꿔주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좋은 육아공간은 가장 예쁘게 꾸며진 공간이 아니라 가족이 실제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를 키우면서 집은 계속 변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이 늘어나기도 하고,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공간의 역할도 달라진다.
엄마 역시 아이의 성장에 맞춰 생활방식을 바꾸게 된다.
결국 우리 집의 공간은 아이만을 위한 공간도, 엄마만을 위한 공간도 아니다.
아이의 놀이와 엄마의 집안일이 함께 이루어지고, 가족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공간이다.
아이에게 맞는 집을 만드는 것은 완벽하게 분리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가족이 실제로 살아가는 방식을 집 안에 담아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 우리 집의 모습도 앞으로 계속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지 다시 살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