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엄마가 대신 결정해 주는 것이 가장 편할 때가 많다.
어떤 옷을 입을지, 무엇을 먹을지, 어떤 책을 읽을지 엄마가 미리 정해두면 시간도 절약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5살이 되면서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표현하는 일이 많아졌고, 나도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씩 만들어주려고 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맡긴 것은 아니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모든 결정을 혼자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내가 먼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주고 그 안에서 아이가 고르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주는 것과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것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유치원에 입고 갈 옷은 아이가 선택한다
5살이 되고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는 아이가 입고 싶은 옷을 직접 고르는 일도 많아졌다. 처음에는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날씨가 추운데 얇은 옷을 고르기도 하고, 유치원에서 활동하기에는 불편한 옷을 고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마음대로 고르려고 해서 실랑이가 생기기도 했다. 나는 날씨와 유치원 활동을 생각해야 했고 아이는 그저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싶어 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맡기기보다 내가 먼저 그날의 상황을 확인해 주기로 했다. 유치원에서 활동이 많은 날에는 “오늘은 편한 옷을 입어야 해. 바지 중에서 골라볼래?”라고 이야기하고, 특별한 활동이 없는 날에는 “오늘은 치마랑 바지 중에서 어떤 걸 입고 싶어?”라고 물어본다.
양말과 신발까지 아이가 직접 고르는 편이다.
처음에는 마음대로 고르는 것에 익숙했던 아이가 이제는 조금씩 계절과 상황을 생각하는 것 같다. 유치원에서 무엇을 하는 날인지 미리 이야기해 주면 그에 맞는 옷을 선택하는 모습도 보인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준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엄마가 먼저 필요한 기준을 알려주고, 그 안에서 아이가 직접 고르게 하니 아이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면서 상황에 맞는 선택을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다.

훈육할 때도 아이가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최근에는 아이와 부딪히는 훈육 상황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보고 있다. 아이가 양치하기 싫다고 할 때 “양치해야 해”라고 계속 이야기하면 서로 감정이 올라갈 때가 있다. 특히 등원 시간이 가까워지면 나도 마음이 급해진다.
그럴 때는 “10분 더 놀다가 양치할래? 아니면 지금 양치하고 조금 더 많이 놀래?”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양치를 할지 말지를 아이가 결정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양치는 해야 하지만, 그전에 조금 더 놀 것인지 아니면 빨리 양치하고 남은 시간에 더 놀 것인지를 아이가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뽀모도로 타이머를 사용하는 것도 비슷하다.
내가 설거지를 해야 할 때 “엄마가 설거지해야 하니까 혼자 놀아”라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시간을 정해놓고 아이와 약속한다.
“엄마가 이 시간 동안 설거지할게. 시간이 끝나면 우리 같이 놀자.”
이렇게 이야기하고 타이머를 맞춰놓으면 아이가 자신이 선택해서 약속한 것처럼 받아들이는지 생각보다 잘 지킬 때가 많다.
물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설거지를 하는 내 다리를 붙들고 엄마가 같이 놀아주기를 원하는 날도 있다. 그래도 예전보다 아이가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이런 경험을 하면서 선택권과 훈육이 서로 반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지켜야 할 기준은 분명하게 알려주고, 그 안에서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잠자리에서는 아이가 선택한 책을 읽는다
우리 집에서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책을 읽는다.
책을 읽을 시간이 되면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른다. 내가 오늘은 이 책을 읽자고 정해주기보다 아이가 책장 앞에서 보고 싶은 책을 가져오게 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책을 며칠씩 반복해서 읽을 때도 많다.
처음에는 이미 여러 번 읽은 책을 또 가져오면 다른 책도 읽어보자고 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엄마에게는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책이라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같은 책을 반복해서 고르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어른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아이에게는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전에 지나쳤던 그림을 다시 살펴보기도 하고, 같은 장면을 보면서 새로운 질문을 하기도 한다.
나는 아이가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생각의 빈 곳을 하나씩 채워가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같은 책을 골라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그대로 읽어준다.
책을 다양하게 읽는 것도 좋지만, 아이가 직접 고른 책을 충분히 반복해서 읽는 것 역시 아이에게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에서도 아이에게 작은 선택을 맡겨본다
여행을 할 때도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가능한 한 아이에게 물어본다.
여행 전체 일정을 아이가 결정할 수는 없지만, 하루의 작은 활동 정도는 아이가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놀이와 키즈카페를 모두 할 수 있는 날이라면 “오늘은 물놀이를 먼저 할까, 키즈카페를 먼저 할까? 네가 하고 싶은 것부터 해보자.”라고 물어본다.
아이에게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알려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생각해서 고른다. 여행에서 모든 것을 부모가 정해주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선택한 활동이 하나라도 있으면 아이도 여행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다.
평소에도 유치원에 가기 전 하원 후 저녁 메뉴를 물어보기도 한다. “오늘 저녁에는 뭐 먹고 싶어?”라고 물으면 아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한다. 물론 아이가 고른 메뉴를 매번 그대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작은 선택의 경험이 되는 것 같다.
선택은 아이에게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에게 선택하게 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떼를 쓰는 경우도 있었고, 나 역시 어디까지 선택하게 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하지만 작은 선택을 반복하면서 아이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고르던 아이가 이제는 유치원 활동과 날씨를 생각하면서 옷을 고르기도 하고, 여행지에서도 무엇을 먼저 하고 싶은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나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일이 아이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마가 필요한 기준과 한계를 알려주고 그 안에서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과정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는 아직 부모가 정해줘야 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매일의 작은 선택까지 엄마가 모두 대신 결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오늘 읽을 책 한 권을 고르는 것부터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활동을 먼저 할지, 저녁에 무엇을 먹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것까지 아이가 결정할 수 있는 작은 순간을 만들어주려고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항상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직접 선택해 보고 때로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험도 해보면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아직 배우는 중이다. 빨리 결정해 주면 편한 순간에도 아이에게 한 번 더 물어보고,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기다려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어쩌면 아이에게 선택하게 하는 일은 아이만을 위한 연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엄마에게도 아이를 믿고 조금씩 맡기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은 책 한 권, 옷 한 벌, 양치하는 시간처럼 아주 작은 것들을 선택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아이가 엄마가 정해준 선택지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기준으로 더 많은 것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날을 위해 나는 지금 아이의 작은 선택들을 존중해주고 싶다. 아이가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해 가는 힘을 조금씩 키울 수 있도록, 엄마인 나도 한 걸음씩 뒤에서 기다려주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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